180401 <줄리엣과 줄리엣> 3pm




1. 보려고 계속 벼르다가 간신히 양도를 받아서 보러 갔는데 정말 잘 봤다 싶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관련해서 본 극 중에 제일 괜찮았다. 이 익숙한 내용의 극을 이렇게 슬퍼하면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참 많이 울면서 봤음

그리고 이 극이 롬앤줄 원작이라고 기억 수정 당했다< 참 좋았음.



2. 개인적으로 셰익스피어 극들을 지금 시점에 올리려면 좀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막 주인공이 여성으로 바뀌어야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물론 저는 그런 걸 참 좋아합니다만) 셰익스피어의 여성관이 얼마나 별로인지는 인식하고 올려야 한다고 생각함. 어떤 얘기를 하려고 하든 관계없이.

그런데 이 극은 정말 발상 자체가 굉장했던 거 같다. 어떻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이런 얘기를 만들어 내지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바뀌는지도 극의 주제와 관련 있고 참 좋았음. 원작의 대사들을 적절히 잘 가져와서 쓴 것도 좋았고. 이래저래 대본 자체가 맘에 들었다

연출은 솔직히 완전히 맘에 들었다고 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많이 신경 썼다는 게 느껴져서 좋았고. 많은 생각을 통해 나온 극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3. 배우들도 처음 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너무 잘해줬고. 희연배우 오늘 아마 처음 본 거 같은데 중반부터 연기톤 너무 취향이었다...ㅠㅠ



4. 줄리엣 몬태규가 처음 나와서 아무렇지 않게 자기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얘기하고 그걸 로미오가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줘서 좋았는데 마지막 가면 로미오는 결국 줄리엣의 사랑을 너무 쉽게 여긴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몬태규도 카퓰렛도 자신들의 가족을 본인들 나름대로 사랑하지만(물론 그게 사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줄리엣을 인정하지 않는 거 보면 화가 남


좀 다른 얘기지만 티볼트와 로미오가 줄리엣의 '영혼을 죽이고' 있는 그 타이밍에 웃는 남자 관객들 때문에 너무 화가 나더라. 그게 웃긴가? 그 뒤에 이어지는 줄리엣 대사들 듣고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그 대사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이란 걸 좀 하셨으면. 그 남자들 정말 조금이라도 표면적으로 웃긴 장면 있으면 굳이 소리 내가면서 웃던데 참... 


극 얘기로 돌아가서 캐플렛의 줄리엣이 정말 좋았던 게 여자가 여자를 사랑한단 얘기를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이게 사랑인 거 같은데! 하고 바로 받아들인 거ㅠㅠ 그리고 결혼까지 생각한 거...ㅠㅠ 어쩌면 줄리엣 몬테규처럼 동성애자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평생 느끼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순진...한 발상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그게 찡하고 손 잡아주고 싶었다. 사랑이니 그게 당연한 건데 그걸 순진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도 싫고 다 미웠다,,,

줄리엣이 자신으로 봐주는 건 줄리엣밖에 없다고 하는 거 너무 안타까웠음ㅠㅠ 


보면서 제일 울었던 장면은 줄리엣 몬테규가 동생한테 누나가 다른 모양이라서 미안하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정말 줄줄 울었음ㅠㅠ 잘못은 별에게 있는데! 왜 줄리엣이 사과를 해야 하며!ㅠㅠ 다 미웠다222 줄리엣들 행복하게 해주세요ㅠ... 


개인적으로 맨 마지막 장면이 정말 좋았음. 둘의 이야기를 아예 지워버린 채 소문이 변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들의 얘기를 꿋꿋하게 하고 색깔을 가진 채 돌아다니던 줄리엣들. 둘을 계속 제대로 보지 않고 동성애라는 단어 자체를 지워내려던 사람들과 계속 자신을 확인하며 알아가고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던 줄리엣들을 보여주는 이 극 자체 같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이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인 것 같군요<



5. 뻘한 소리지만 중간에 승려가 나온 거 너무 재밌었음ㅋㅋㅋ 솔직히 중간에 본인 종교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 볼 때는 대체 이걸 왜 이렇게 깊게(길게) 보여주나 했는데 둘의 결혼식 때문이었던 거 같음. 각 종교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생각을 좀 하게 되고 여러모로 흥미로웠던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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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수백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