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329 <나쁜 자석>

2017. 4. 1. 00:13 from 기타 극

170329 <나쁜 자석> 8pm

캐스트: 문태유 박은석 안재영 강정우




1. 이번 시즌 자첫이었는데 자석이란 극이 고든에 의해 좌지우지된단 말을 오늘 보면서 확 느꼈다. 범고든과는 전혀 반대의 문고든 덕분에 나머지 셋도 확연히 다르던. 고든을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고든의 세계에 갇혀 살아가는 세 명, 특히 은프.



2. 문고든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세더라. 그리고 난 그걸 바라고 보러 왔지. 보는 내내 참 즐거웠네. 

본인만의 세계가 뚜렷하고 그 안에서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 튤립을 부를 때부터 본인이 쓴 가사에 빠져 계속 혼자 웅얼거리고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3. 은프는 사실 난 잘 모르겠음. 어떤 감정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지는 알겠지만 29세 장면들이 좀 미묘. 

의외로 19세 장면들이 진짜 좋았다. 너무 잘 어울리던데 그런 역ㅋㅋㅋ 19세 폐교 장면 참 기대를 많이 했는데 좋았음. 

노래는... 네....



4. 리피폴 괜찮더라! 애초에 내가 폴과 그의 서사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리피폴을 보니까 19세와 29세 사이가 조금 궁금해졌음. 말하라고 하는 은프한데 닥치라고 간신히 내뱉던 그 순간이 맘에 들었다. 29세가 의외로 제일 좋았음ㅋㅋㅋ



5. 강정앨런... 내가 이 극에서 고든 다음으로 신경 쓰는 캐릭터가 앨런인데 나쁘지 않았던 듯. 

사실 너무 소리를 질러서 좀 인상 찌푸린 순간들도 있긴 하지만 익스큐즈 하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고. 마지막 장면이 정말 괜찮았어서 앞으로도 굳이 피하진 않을 거 같다.



6. 자석이 잘 만든 극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참 캐릭터들을 잘 잡았다는 생각을 오늘도 함. 

그리고 일단 난 이 극 자체의 색감을 너무 사랑한다... 이 연출의 세 번째 시즌인데 계속 똑같은 건 조금 별로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난 긍정적.



7. 범고든을 봤을 때는 튤립부터 시작해서 프레이저를 만나고 그에게 호감을 가졌을 순간부터 그를 중심으로 고든의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거 같단 생각을 했는데 문고든은 자신의 세계가 이미 확고하고 그 세계에 유일하게 프레이저만을 아주 살짝 끼워준 모양새더라. 

그래서 사실 은프가 자기만큼 걔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을 때 웃기고 있네ㅎ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ㅋㅋㅋ 결국 은프는 문고든을 끝까지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을 거고.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정말 남은 세 사람 중에 그 누구도 고든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오늘 절절하게 들었음. 정말 고든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많이 궁금하고.



8. 9살 때 처음 고든을 만나고 제 무리로 끌어들이면서 눈을 떼질 못하던 은프. 문고든이 시선이 신경 쓰인단 눈빛으로 힐끔힐끔 쳐다볼 정도로. 그렇게 둘의 눈이 처음 마주쳤던 순간이 좋았네.



9. 19살 고든이 애들이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게 참 여러모로... 문고든은 배신감을 제일 크게 느꼈을 거 같아서 더 울컥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어 혼자 몸을 던졌던 나쁜 자석을 이야기하며 허탈해보이던, 암전되기 직전에야 간신히 웃으며 팔을 벌리던 모습 같은 게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묘하게 알 거 같더라. 프레이저가 굳이 그 이야기를 골라낸 이유도. 

폴에게 넌 낄낄이 얘기 많이 읽어봤을 거란 식으로 얘기하면서 이상하지 않냐고 차근히 이유를 대며 말하는 걸 보고 프레이저도 고든의 이야기를 얼마나 생각하고 읽어봤을지 그걸 읽기까진 또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지도 궁금해지더라. 나쁜 자석 이야기를 처음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까지도.



10. 강정앨런 마지막 장면 진짜 좋았다ㅋㅋㅋ 기계 걷어차는 프레이저 보고 안 된다고 소리 지르는 거 너무 찡했다ㅠㅠ 꽃비 터진 걸 보고 주저앉은 채로 우는 것도ㅠㅠ 하늘정원과 애들의 연관성을 잘 몰랐는데 오늘 이 장면 보면서 새삼 느낌. 소리 지르고 돌을 던지던 이야기 속 소녀의 아버지가 생각나고. 

강정앨런은 의외로 고든에 대해서는 꽤 담백하더라. 좀 친한 친구 중 하나 정도로 생각했던 듯. 왜 얘가 고든한테 먼저 밴드 나가라고 할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그래도 다른 애들이 좋으니까 고든을 억지로 제일 챙겼을 건데 한 번 애들끼리 고든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가 나오는 걸 보고 폭발한 게 아닐까. 

29세에서 프레이저와 폴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감은 오지만 별로 듣고 싶지 않아하는 거 같아서 그것도 좀 슬펐네. 내가 색안경 끼고 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폴이 다른 얘기 꺼내는 게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음. 

여러모로 앨런은 참... 9살 때도, 19살 때도, 29살 때도 꾸준히 티나와 폴의 관계를 눈 감고 있는 거 같아서 바보 같고 답답하다. 오히려 그래서 티나가 외로웠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11. 사실 범고든 때는 19세 폐교씬에서 프레이저가 자기한테 왜 그러냐고 할 때 고든이 뭘 했다고 그러냐고 화내고 싶었는뎈ㅋㅋㅋ 오늘 은프랑 문고든은 정말 고든이 많은 짓을 했다...

 문고든 분명 본의든 아니었든 자신의 불행을 들춰서 프레이저를 계속 묶어두고 있었을 것ㅇㅇ 19살 그때쯔음 은프 분명 한 번쯤은 9살의 널 모른 척 했어야 했다고 문고든한테 얘기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ㅋㅋㅋ 하지만 이미 만나버렸고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껴버렸고 그걸 또 고든한테 들켜버렸는데ㅋㅋㅋ 

나중엔 그 말을 했다고 또 혼자 자괴감에 빠져 광광 울었겠지ㅋㅋㅋ 정말 문고든은 은프한테 너무했다ㅇㅇ...



12. 9살 때 공 차다가 프레이저가 "저기 티나!"하면 앨런과 같이 고개를 돌리던 리피폴. 정말 얜 티나랑 감정교류가 꽤 깊어보였는데 왜 둘이 결혼하지 않아서 사달을 냈는지 모를 일이다.



13. 문고든이 그렇게 눈에 띄게 불안한 점을 보여주지 않아서 오히려 불행으로 덕지덕지 칠해져 제 세계에서만 살아가는 고든이 좀 더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고. 참 외로웠겠구나 싶더라. 그 누구도 제대로 고든을 모르니. 설사 본인이 그걸 원했다 해도 조금 다른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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