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625 <킬 미 나우> 6pm
캐스트: 이승준 윤나무 이진희 문성일 이지현
1. 조금 기분이 복잡하고 어떻게 후기를 써야 하나 많이 망설여진다. 보고 난 다음에 이 극의 시놉시스를 봤는데 가장 굵게 써져있는 대사가 "나도 보통사람들처럼 살고 싶어."였다. 이 대사 그대로의 얘기. 그렇지만 나한텐 오히려 홀가분하게 느껴진 극이었다.
나는 저 대사가 조이만의 대사일 거라고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여기 나오는 그 모두의 대사였다. 모두가 나 힘들다고 대놓고 얘기하는 게 난 오히려 좋았다.
괜찮았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안 괜찮다고 얘기할 수 있는 극이라는 게 개인적으로 좋게 다가왔음. 물론 극 내에서도 그게 참았다 참았다 터져 나온 말들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짐이 되고 상처가 될 말들이지. 하지만 안 괜찮잖아. 힘들잖아. 이런 상황에서 서로를 보고 의지하며 끝까지 버틴다는 게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인지.
이런 부분 말고 전체적인 스토리는 좀 알 거 같지만 모르겠다. 여러모로, 특히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은 있고 그게 좋지만 나한테는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 캐릭터들도 별로인 부분이 있었고.
그래도 각오했던 것보단 괜찮게 보고 나왔고 곱씹을 수 있기에 곱씹어 보는 중이다.
2. 좀 뜬금없지만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을 보고 나와서 도통 기분이 좋아지질 않았던 게 나는 다이애나한테 이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이애나가 댄한테 당신은 모른다고 할 때마다 그럼 당신은 아냐고 외치고 싶었다. 오늘 이 극을 보면서 새삼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그때와는 다르게 힘들다고 외치고 있는 캐릭터들을 보며 조금 숨통이 트이더라.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그럼 나는 더 힘들다 하며 싸우는 것도 보통 그렇게 싸우는 사람들이나 그걸 보는 사람이나 지치고 더 힘들어지기 마련인데 이 극은 그게 아니었다. 그래 너네 다 힘들었잖아, 빨리 더 털어놔봐! 하게 되는 극.
근데 그래서 나는 다른 모든 것보다 라우디 얘기가 너무 힘들었음. 라우디는 대체 왜 이 집에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거지;; 심지어 라우디는 그의 힘듦을 들어줄 사람도 이 극 내에서 존재하질 않는데.
특히 제이크가 큰 소리 내니까 두려워서 다시 다가오질 못하는 걸 보고 얘의 전사를 대충 알 거 같아지면서 순식간에 기분이 다운되어 버렸다.
이 가족이 라우디한테 너무 당연하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도 나는 너무 이상하고 그래. 얘도 한계라는 게 있는 앤데. 아직 어리고 누가 한 번도 책을 읽어준 적도 없는 앤데 왜 혼자 이렇게 '노예'처럼 지내야 하는 거야ㅠㅠ 예쁜 아이라서 더 신경이 쓰였다.
캐릭터 얘기로 넘어온 김에 더 얘길 하자면 로빈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녀도 보통사람 같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고 숨 쉴 구석을 제이크와의 만남에서 찾고 있는 거 같지만 그게 꼭 결혼을 했다는 설정으로 나타났어야 했나...
거기에 이젠 어쩌면 그녀에게 이 가족은 또 다른 짐이 되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 더욱 이 캐릭터를 편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3. 배우들은 정말 다 좋았다! 특히 나는 진희트와일라랑 핫라우디 기대하고 간 거였는데 둘 다 정말 좋았음ㅠㅠ 둘의 얘기가 진행될 때마다 완전 집중해서 본 듯. 승제이크도 트리조이도 너무 좋았고. 지현 배우는 가끔 좀 대사 안 들리는 거 빼고는 분위기 자체가 좋으셔서 좋았다. 다들 친한 느낌인 것도 좋았고ㅋㅋㅋ
4. 솔직히 장애에 대한 얘기는 장애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다 알 법한 얘기지만 그 관심 갖기가 참 어려운 거 같다. 아는 거랑 실제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도 또 천지차이고.
다 아는 얘기인데? 라고 생각했다가 그래서 내가 실제로 그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지에 대해서 좀 되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기분이 묘해지는 순간들. 공원에서 도와달라는 조이의 말이 한참동안 이어져야 했던 부분이라던가.
그렇지만 역시 나한테 제일 크게 다가온 건 안락사에 대한 얘기인 듯. 무작정 그래도 살아야지! 가 아니라 죽음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거.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보통사람'보다 훨씬 클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사람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거.
그 포인트가 난 제일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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