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826 <비너스 인 퍼> 6pm
캐스트: 방진의 이도엽
1. 내가 개인적으로 피곤하기도 했고 배우들이 대사를 살짝 절기도 했거니와 그렇게 집중력이 높은 공연은 아니었다. 그러나 비인퍼는 비인퍼인 걸로.
진짜 시간 훅훅 지나가더라. 이젠 불호였던 포인트도 다 생각 없이 지나갈 정도로 사랑하게 돼버렸어ㅠㅠ
2. 오늘 진의벤다가 의외로 좀 초반부터 화가 많았다. 화라고 해야 하나 토마스에 대한 감정이. 그래서인지 초반부터 어느 순간 훅 하고 온도 내려갈 때가 있었는데 그게 참 좋았다ㅠㅜ
진의벤다는 자기 감정 안 내비치며 군림하는 여신 그 자체 같았는데 오늘은 좀 감정이 많아서 재밌고 신기했음ㅋㅋㅋ 내가 이 페어 자둘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사랑...
도엽토마스는 지난번보다 좀 약해진 거 같고...? 그래서 좋은 점도 있었고 애매한 점도 있었고.
지난번엔 둘이 핑퐁게임 하는 게 재밌었는데 오늘은 벤다가 어지간히 맘에 들었는지 초반부터 끌려다니더라. 보기엔 훨씬 편했음ㅋㅋㅋ 다만 재미가 좀 줄어들었지.
3. 요 며칠 연극 <헤다 가블러> 대본을 읽고 무대에서 보고 싶다고 계속 광광 울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벤다가 자기 헤다 가블러할 때도 완전 짱이었다고 하는 대사가 확 들려서 놀랐다. 괜히 이 극을 써놓은 건 아니겠지! 벤다랑 너무 잘 어울리는 극이다ㅠㅠ
그리고 언젠간 <헤다 가블러>가 다시 올라온다면 진의배우가 해줬으면 정말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4. 오늘 진의벤다가 엄마 밥줘!하는 그 몸풀기를ㅋㅋㅋ 갑자기 토마스 보면서 "아빠 배고파 밥줘."라고 해가지곸ㅋㅋㅋ 도엽토마스랑 둘 다 살짝 현웃터짐ㅋㅋㅋ 보던 나도 웃겨서 사망할 뻔ㅋㅋㅋ
그리고 도엽토마스 중간 중간 궁시렁거리는 것들 왜케 많이 생긴 거얔ㅋㅋㅋ 너무 웃겼닼ㅋㅋㅋ 꽁알거리는 토마스랑 그거 다 무시하는 벤다 조합ㅋㅋㅋ
5. 어쨌든 이 페어가 클래식하게 느껴지는 건 성적인 텐션이 많이 없기 때문인 거 같음.
물론 생각해보면 대사에서 얘기했듯 말을 하는 게 섹스만큼이나 선정적일 때가 있긴 하다. 비단 그 시대뿐만 아니라. 근데 이 둘은 뭔가... 중간에 보통 연출가나 작가라면 자기를~ 하는 대사가 좀 뜬금없이 느껴질 만큼? 텐션이 없음ㅋㅋㅋ 그래서 정말 파워게임 같은 느낌이고.
경미벤다 쪽 페어를 보고 오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애인이랑 통화할 때만 봐도 두 벤다의 그런 차이가 확 나오는 듯. 훨씬 더 고압적인 진의벤다 목소리.
아무튼 각 페어 별로 매력이 있지만 난 이쪽 페어가 더 취향이라는 걸 오늘 확실히 느꼈다.
6. 지난번에 잠깐 <M. 버터플라이> 얘기를 했는데 진의벤다 페어가 더 서늘해서 그런지 유독 이 페어 보고 오면 엠나비 생각이 난다. 내가 생각할 때 이 페어와 엠나비의 색깔이 비슷함.
벤다가 "봐라 이 병신아."라고 할 거 같은 느낌ㅋㅋㅋ "이게 나야."하는 진의벤다의 말투를 내가 많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뭔가 깨달아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꿈으로 치부하고 다시 환상 속에서만 살 것 같은 도엽토마스까지.
7. 오늘 제일 좋았던 장면은 벤다가 책상을 밟고 "만세 아프로디테."하던 장면. 그때 드레스 펼쳐지는 거랑 진의벤다 표정이랑 너무 완벽했다ㅠㅠ 아프로디테 만세!ㅠㅠ
8. 오늘 이 공연 자막이었는데 참 슬펐다ㅠㅠ... 나는 이런 극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 이런 양가적 성차별에 대한 페미니즘 극이.
때리지 마세요, 죽이지 마세요, 강간하지 마세요 부터 시작해야 하는 현실이긴 하지만 가끔은 이런 식으로 네가 여성을 떠받든다 생각하는 그 문장들이 전부 여성을 모욕하고 있단 극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이 극이 얼른 재연 올라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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