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21 <서편제> 8pm
캐스트: 차지연 김재범 서범석
1. 일단 원래 텍스트가 어떤 내용이고 어느 부분이 나랑 안 맞을 걸 전부 예상하고 가니까 예상보다 잘 봤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상보다.
세상은 그녀를 보고 희생이라 한다고 써있었지만 글쎄. 선택과 집중이 결국 중요한 거 아니었을까.
2. 차송화를 보면서 생각한 건데 정말 송화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이런 비슷한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다 해서 한이 사무치지 않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송화가 이게 내가 선택한 거라 동호에게 얘기하는 순간 이건 정말 그녀가 선택한 제 길이었다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동호를 보낸 것도, 결국 유봉의 곁의 남은 것도.
그러니까 포스터에서 얘기하는 '희생'의 맥락과는 좀 맞지 않은 거 같음. 적어도 차송화는.
대신 그냥... 뭐랄까... 피해자지. 원망할 곳마저 잃어버린. 제 안에서 그 원망을 채 용서하기도 전에 그 당사자가 죽어버렸으니... 그때의 차송화 표정은 정말 잊지 못할 것.
어쨌든 차송화의 안에서는 소리가 전부라는 게 모든 장면에서 드러나서 보는 내내 참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저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싶다가도 북을 치며 소리하는 그 순간 너무 본인이 신나하고 좋아하고 행복해보여서.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떠맡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제대로 정착해서 생을 살아본 적이 없으며 눈이 멀게 되어도 움켜쥐고 있을 만큼. 잘 안 된다며 욕심 부리며 울만큼.
그게 무엇이든 생각할수록 대단하고 (좋은 의미로) 미친 사람 같았다.
3. 범동호는 그냥... 언제나의 범시 같아서 좀 마음을 놓고 봤다(?) 정말 오랜만에 본 건데 그냥 참 사람이 그대로랔ㅋㅋㅋ 한동안 강한 캐릭터를 하던 범시를 보다가 간만에 이런 역할 하는 거 보니까 고향에 온 느낌이고(?) 편안하게 봤음.
범동호의 눈을 따라가면 언제나 송화가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범동호한테는 송화가 전부였겠단 생각을 함.
노래도 생각보다 괜찮아서 만족하고 나왔닼ㅋㅋㅋ
4. 유봉의 캐릭터는 내가 너무 화가 날 거 같아서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봐가지고 기억이 거의 없다,,,
애들이 하고 싶은 거에 관심도 없고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애들한테 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그 마저도 너는 글렀다며 맨날 인정도 안 해주고 뭐 어쩌라는 건지. 본인이 생각하는 길만 길이고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사는 사람이다. 참 짜증나는 캐릭터.
본인 인생만 조지면 말을 안 하겠는데 멀쩡한 애들까지 제 멋대로 휘두르고 다치게 하니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더라. 인생 조지는 게 예술인가. 본인 인생도 아니고 남의 인생을. 물론 '조진다'의 범주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건 상식을 벗어난 범위잖아.
범사마의 노래 자체는 좋았지만 과연 소리꾼의 소리인가 하면 음... 그것도 잘 모르겠다.
5. 연출이 정말 너무너무 별로였다. 여즉 이 연출의 작품을 꽤 봤다고 생각하는데 이번만큼 별로인 적도 없던 거 같음. 조명은 쓸데없이 많고 회전무대 쓰는 건 정말 의도를 모르겠으며 무대 자체가 보기에 예쁘지도 않고 곤투에서 본 것 같은 연출을 똑같이 복사 붙여넣기 하고 있음.
그래도 곤투 때까지는 연출 좋았던 부분 찾으라면 얘기할 수 있었는데 서편제는 진짜 하나도 없다. 그냥 다 별로야.
스토리 자체도 1막은 그래도 견딜만 했는데 2막 때 정말 중간에 나가고 싶을 정도로 지루하더라. 우리 것 찾는 극이 있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우리 것이라는 게 누가 봐도 폭력적인 상황에서 완성되는 것이라면 그렇게 좋게 느껴질까.
그리고 동호를 굳이 '양키 음악'하는 인물로 바꿔놓은 건 동서양의 조화 뭐 이런 건갘ㅋㅋㅋ 아님 구세대와 현세대의 화합?ㅋㅋㅋㅋ 그래봤자 결국 이 극에서는 끊임없이 희화화되고 비중 없는 음악인뎈ㅋㅋㅋ 그 의도 자체도 영 끌리지 않은데 표현하는 방식마저 별로라 할 말을 잃음.
대사는 왜 그렇게 모든 게 다 어색하고 설명조고...
음악들 전체적으로도 대체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음향이 별로고 엠알 쓰는 것도 싫었고 편곡도 무슨 노래방이야.
불호 포인트를 쓰자면 더 쓸 수도 있겠지만 쓸수록 지치니 관두기로 한다.
6. 범동호 등장할 때 잘생이라서 내 눈을 의심함< 네이슨 너니?<
아 첫 장면 하니까 생각났는데 수미상관 연출 이렇게 노잼으로 할 거면 그냥 쓰질 마라,,, 그 흰 천으로 하는 연출도 제발 어떻게 좀 해줘ㅠㅠ 보는 내내 흰 천 나올 때마다 고통.
아무튼 범동호가 아역들 바라보는 시선이 참 좋더라.
어린 범동호는 계속 팅팅대는 게 귀여웠닼ㅋㅋㅋ 판소리 연습할 때도 안 따라하고 송화만 쳐다보고ㅋㅋㅋ
그리고 어린 범동호의 유봉을 향한 새빨간 분노가 좋았음. 정말 그 나이의 어린 애 같고. 물론 그 어린 애가 그런 분노를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빡쳤지만,,, 범유봉이랑 대립하는 장면 정말 좋았다.
차송화랑 노는 장면은 너무 씹덕이었곸ㅋㅋㅋ 차송화가 범동호한테 누가 봐도 네가 춘향이라고 하는 거 순간 격하게 끄덕일뻔<ㅋㅋㅋ
누나를 두고 갈 수가 없다고 같이 가자고 하는 거 너무 찡했다. 화내다가도 왜 누나가 미안해 하냐고 하는 것도 좋았고... 동호의 손을 놓는 차송화 표정도 참 좋았다.
아 이건 정말 뻘한 건데 범동호 팝송 부를 때마다 발음 뭐라는지...() 음향이 잘못했네.
아무튼 차송화가 유봉한테 이래도 득음하지 못하면 아버지가 내 원수라고 하는 거 그냥... 아무리 봐도 원수잖아...?
눈멀었을 때 차송화 반응이 너무 슬펐다 진짜ㅠㅠ 그렇게 울부짖던 사람이 또 2막에선 괜찮은 척 하고 있잖아. 차송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금방 웃고 있는데 그게 제일 슬퍼ㅠㅠ 울어야 할 때 웃고 있으니...
2막은 뭔가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는뎈ㅋㅋㅋ 좀 큰 범동호가 송화 만나서 말도 못하고 조용히 잡는 거 너무 슬프고 빡치는 장면이었다. 누나를 두고 떠나는 게 아니었다고 자책하는데 그냥 유봉이 나쁜 사람인 거고요,,,
동호가 쓴 노래를 들으면서 즐거워하는 차송화 때문에 괜히 짠하고ㅠㅠ
범동호 우리 누나 소리 안 들리냐면서 세상에는 자기 혼을 갈아 마시면서 소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정말 어딘가 나사 풀린 사람 같더라. 그 단장? 말대로 범동호를 평생 사로잡고 있던 건 확실히 송화와 그 소리 같음.
오늘 가장 좋았던 장면은 마지막 심청가였는데 들어가기 전에 그 소리를 죽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범동호의 말투도 너무 좋았고 웃으면서 그래서 죽이셨냐 물어보는 차송화도 너무 좋았고ㅠㅠ
판소리에서 고수와의 호흡도 정말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추임새 하나 넣지 않아도, 눈이 보이지 않아도 둘이 주고받는 게 확 닿아서 진짜 좋았음ㅠㅠ "떴구나"하고 둘이 동시에 고개를 푹 숙이고 우는데ㅠㅠ 아 막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라.
그런데 갑자기 너무 엄청난 조명이 나타나서 눈물이고 나발이고 내 감정 와장창 함. 아무리 넘버들 엠알이 노래방 같았다고 하지만 조명까지 노래방일 필요 뭐가 있지. 이 연출이 조명 과하게 쓰는 거 원데이투데이 보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늘만큼 불호였던 날도 없을 듯.
여튼 둘이 그렇게 소리를 하는 장면만큼은 기억이 계속 날 것 같다. 그 순간 둘의 모든 것이 참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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