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28 <오펀스>

2017. 9. 30. 22:49 from 기타 극

170928 <오펀스> 8pm

캐스트: 문성일 장우진 손병호




1. 난 오늘부로 김태형 연출의 연극도 믿지 않기로 했다,,, 김태형 연출 본인이 무대에 올라와서 연설하고 있는 환상마저 보이는 극이었음. 

배우들은 정말 예상보다도 잘했지만 이번 달 전부 그런 극들만 보다 보니 너무 지쳐버린다.



2. 핫필립은 정말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 그 이상으로 좋았다. 언제나 믿고 보지만 오늘은 새삼 그 세심한 표정들에 감탄하고 나왔음. 너무 멍뭉이 같고 귀엽고. 앞으로 어떻게 이 아이가 세상을 마주할지 궁금하고 같이 응원하고 싶었다. 

별개로 핫필립 체력 괜찮은지 계속 걱정될 정도로 계속 뛰어다니고 얘기하고 울고 해서,,, 연출이 미웠다. 


우진트릿은 내가 처음 보는 배우여서 아주 약간의 걱정이 있었는데 걱정한 게 미안할 정도로 엄청 좋았음. 특히 2막에서 감정 표현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덕분에 정말 집중해서 본 거 같음. 


병호배우도 무대에서 본 건 처음이었지만 기대만큼 잘해주셔서 재밌었음. 다만 헤롤드 분량이 생각 이상으로 많아서 괜찮으신지 좀 걱정이 됐다.



3. 일단 나는 이 극이 정확히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르겠다. 길 잃은 젊은 사람들이 격려받길 바라는 극이었다면, 또는 인물들이 성장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 결말을 그렇게 끝내면 안됐다. 

트릿은 이제야 얘기를 하고 필립은 이제야 문을 열었는데 헤롤드는 그 모든 걸 책임지지 않고 심지어 형제들 앞에서 죽어버렸다. 왜 그들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를 안겨주며 문도 닫게 만들어버리는지. 

트릿은 여전히 ‘앵벌이 키즈’에서 벗어나질 못할 거고 필립은 이젠 트릿의 감정까지 같이 안아줘야 하게 되었고 그 문이 다시 열리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이 그저 또 다른 상실만 남기는 결말. 


그리고 극 내내 떡밥은 던져놓기만 하고 당최 회수를 안 하더라. 그럴 거면 그냥 떡밥을 던지지 말고 시간을 줄이는 게 어떨까요,,, 21세기에 길어서 좋을 극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무튼 신발에 대한 얘기, 엄마에 대한 얘기, 헤롤드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 이어져있는 척을 하더니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끝남. 그 구두가 정말 엄마의 것이었다면 왜 트릿은 그게 엄마가 신을 신발이 아니라고 한 건지도 모르겠고. 

필립이 왜 발작을 일으켰는지, 무슨 병이 있는 건지, 왜 바닥을 밟고 다니지 않는 건지도 명확하게 나타나는 게 없다. 정확히 설명은 안 하는데 굳이 넣을 만큼 중요하면서도 사소한 설정들인가...? 

특히 바닥 안 밟는 건 신발 끈 풀린 채로 가구들 밟는 게 너무 불안해서 보는 내내 맘 졸이게 되던데 막상 그에 대한 건 자긴 이걸 밟을 수 없다고 하는 게 전부더라. 

제발 트릿이랑 필립 둘 다 그냥 병원에 가게 해주세요,,, 병은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지,,, 그 시대면 그게 어렵다는 걸 이해는 하지만 답답 터진다. 


난 트릿의 행동도 참 이해하기 힘든데, 트릿이 중간중간 쏟아내는 혐오 발언들은 왜 전부 그냥 넘어가버리는 거죠...? 특히 버스 안에서의 상황을 얘기할 때 너무 경악해버림. 흑인을 비하하더니 황인도 비하하고?ㅋㅋㅋ 

난 그거에 대해 헤롤드가 한 마디 할 줄 알고 참고 견뎠는데 아무런 수습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더라?ㅋㅋㅋ 장애인에 대해서도 희화화하고 그 와중에 베트남 참전용사라는 설정은 왜 넣은겨;; 필립도 흑인을 연기하면서 너무 편견이 덕지덕지 붙은 행동을 하는데 그것도 그냥 넘어가고. 

그들이 불행하다고 해서 남을 그렇게 비하하고 뭉갤 권리가 있는 건 아닌데 헤롤드도 결국 백인남성이라 이건가요^^ㅋㅋㅋ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면 인정합니다ㅋㅋㅋ 

여성에 대해 묘사하는 것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ㅋㅋㅋ 그래 뭐 그네들 머리에는 그런 '외모'를 가진 여성들만 존재하고 그런가보죠. 

트릿의 행동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더 많은데, 그가 비록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필립에게 그렇게 폭력을 휘둘렀는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당화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ㅋㅋㅋ 

결국 트릿은 미안하다고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필립의 목까지 졸랐음. 

신발 끈을 묶어주는 게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전에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그동안 타인과 필립에게 휘둘렀던 폭력이 어떤 건지 제대로 알긴 알지 정말 의문임. 


아 그리고 대체 왜 그렇게 헤롤드의 가르침을 강조하는지 모르겠음. 굳이 시간을 써서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게 만들던데 대체 왜...? 물론 헤롤드의 이야기는 삶에 필요한 교훈이라는 건 안다. 그러나 그게 이 극에서 그렇게 필요한 부분인가? 형제가 변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난 정말 그거 듣는 내내 연출 본인이 꼰대질 하고 싶은 거 그대로 읊고 있는 기분이더라. 방점이 찍히는 포인트가 너무 별로였다. 


마지막 장면도 무슨 네버엔딩스토리인 줄 알았다. 깔끔하게 끝나야 할 부분인데 더럽게 안 끝나더라. 

분명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그래서 더 기분이 별로였음. 진짜 내가 푹 빠져서 눈물 흘린 게 아니라 필립이 내 눈물샘을 잡고 쥐어짜는 거 같았다. 극을 보며 이렇게 강제로 운 것 같은 느낌이 든 건 처음이라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그 와중에 또 왜 그렇게 문어체냐곸ㅌㅋㅋ 번역을 하다 만 것 마냥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고. 대체 '작은 앵벌이키즈' 같은 대사는 어떻게 하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놈의 아들 타령 좀 그만하면 안됨?ㅋㅋㅋ 대체 누가 son을 그렇게 직역하냐곸ㅋㅋㅋ


조명 쓰는 것과 동선 자체는 좋았음. 암전될 때 각 물건에 조명 비춰주는 것도 예쁘더라. 비록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기에 예쁘고 깔끔하고.



4. 제일 좋았던 부분은 역시 필립에 대한 얘기였던 것 같음. 이 아이가 끝에 가서 비록 트릿마저 신경써줘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지만ㅋㅋㅋ 칭찬 받아서 행복해하고 아는 게 늘어가는 아이를 보는 건 즐겁더라.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외치던 핫필립 표정이 참 좋았음. 

그 위치가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 해도 서서히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밖에 나가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그것들을 곱씹는 날들이 꼭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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