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20 <좋아하고 있어> 7:30pm
1. 스토리 자체는 퀴어 작품의 전형 같은 느낌이었지만 소재 하나를 잡고 그걸 이용해서 내용을 풀어가는 건 정말 취향이었다. 메시지도 좋았고 별로 어렵지도 않고. 청소년극인 걸 생각하면 더 괜찮았던 거 같음. 미수배우 사랑해!
2. 미수배우를 너무 보고 싶어서 차기작 뒤적이다가 찾은 극이었던 만큼 미수배우한테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만큼 좋았던 거 같음. 극이 짧다보니 좀 급하게 진행되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혜주 따라가다 보면 괜찮고 이해가 되더라.
별배우도 연기 잘하시더라! 진짜 능청스럽고ㅋㅋㅋ 넘 귀여우셨음. 진지할 땐 훅 진지해지고. 나도 이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다만 소희 하셨던 민주배우는 좀... 뚝뚝 끊긴단 느낌? 매력을 잘 못 느끼겠음. 본인이 오글거린다 생각하는 거 아닌가 하는 궁예를 좀 하게 되더라.
3. 공간을 욕실로 설정한 이유가 뭘까 극 보기 전부터 참 궁금했는데 극 보면서도 궁금했다,,,() 그만큼 서로 허울 없는 사이인 느낌을 줘서 좋았지만.
전구는 굉장히 뻔하고 쉬운 상징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괜찮았던 거 같음. 어렵게 숨기지 않으면서도 돌려 말하는 게 유치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전구를 갈기 위해 혜주가 사다리를 올라서는 순간 나를 포함해서 그 극장의 모두가 숨 죽여 지켜보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을 듯. 특히 지은이가 사다리를 잡아주고 소희가 불을 비춰준다는 게 제일 좋았어ㅠㅠ
소희가 오글거린다는 말 쓰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대사들이 오글거린다고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좀 있었다() 그럼에도 참고 넘어갈 수 있었던 건 연출이 나름 일을 잘 해줘서인 거 같음.
아 근데 제발 그... 물소리 효과음으로 넣는 거... 제가 모 뮤지컬 본 뒤로 물방울 소리만 들으면 경기 일으켜서요< 좀 지나치게 이 효과음 넣는다는 생각을 함.
4. 보면서 사실 제일 좀 의문이었던 건 소희가 혜주를 정말 사랑하나 하는 거였다. 그냥 친구 같고 정말 장난삼아 키스한 것 같았는데 갑자기 고백해서 좀 놀랐다. 뭔가 과거의 첫 만남을 보여주고 싶었으면 지은이가 아니라 소희와의 첫 만남을 보여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함.
사실 그 장면을 왜 굳이 넣었는지 모르겠다. 덕밍아웃을 넣고 싶었던 건 알겠는데... 네... 덕밍아웃-커밍아웃 이어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5. 그래도 정말 걱정했던 것보다는 재밌게 보고 나왔는데 쓰다 보니 왜케 부정적인 것 같지;;ㅋㅋㅋ 노랑 빛깔의 극 같았고 따뜻했고 결론이 그렇게 나서 너무 좋았음. 난 언제나 청춘과 사랑이 묶여 있으면 가슴이 울렁거리는데 오늘 보면서도 새삼 그랬다.
그리고 좀 신기했던 건 이런 전형적인 내용의 퀴어극을 본 게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건 처음이었던 거. 물론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뮤지컬이나 연극들도 존재하지만 당장 지금 대학로에 걸려있는 퀴어극들을 보면 참 찾기 힘든 거 같다. 그래서 보는 내내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들이 주인공이면서 이렇게 따뜻한 극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음.
6.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혜주가 전구 보고 그냥 놔두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는 장면. 그랬던 혜주가 마지막에 장갑을 끼고 불을 끌 때 그 표정. 소희한테 그걸 보여주는 건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중간중간 소희를 보는 혜주 표정이 너무너무 예뻐서 울컥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7. 극 얘기는 여기서 끝내고 다른 얘기인데 프로그램북에 실린 평론가의 글을 보고 극 보고 좋았던 감정이 좀 식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성적 '취향'과 '지향'은 구분되어야 한다. 연출분이 어떻게 생각했는지까지 소설 쓰고 싶진 않은데 적어도 프로그램북에 실릴 글이라면 한 번쯤 봤을 거라고 생각함.
성적 '지향'입니다,,, 설마 구분 못하진 않으시겠지. 극을 볼 땐 그냥 이게 내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는 면에서 덕질과 엮었다고 생각했는데... 음... 물론 덕통사고도 내가 고를 수 없는 영역이라고 얘기를 하지만 그런 거랑은 조금 궤가 다르지...
이 극 후기 기사 몇 개에서도 취향이라고 계속 나와있어서 너무너무너무너무 신경 쓰였다. 이 극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그 얘기라 더더욱. '취존'한다고 남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
'기타 극'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71104 <헤다 가블러> (0) | 2017.11.13 |
|---|---|
| 171102 <헤다 가블러> (0) | 2017.11.12 |
| 171012 <프론티어 트릴로지-방울뱀의 키스> (0) | 2017.10.14 |
| 170928 <오펀스> (0) | 2017.09.30 |
| 170924/170927 <프론티어 트릴로지> (0) | 2017.09.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