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104 <헤다 가블러> 3pm
캐스트: 박예주 백민아 안재현 이기현 김민엽 명유진 오혜수
1. 헤다들 다 궁금해서 좀 무리해가며 다 본 건데 보람 있었다. 두 헤다와 팀 자체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음.
극 자체도 즐겁게 봐서 좀 신기했다. 역시 이런 텍스트 좋은 연극은 몇 번 봐도 재밌는 듯.
2. 헤다 같은, 장군의 딸로 살았고 이제는 무료해 죽어가는 사람이 왜 스캔들을 무서워할까에 대해 좀 의문이 있었는데 오늘 보면서 어렴풋이 나만의 답이 나온 것 같았다.
헤다가 겁쟁이인 것도 한 몫 했겠고 언제나 자신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남들의 입방아로 자신이 재단되고 휘둘리는 게 싫지 않았을까. '지저분한 일'이라고 치부하기 때문일수도 있고.
3. 예주헤다는 뭔가 묘하게 테아에 대한 질투심이 훨씬 강한 사람 같았다. 집을 뛰쳐나올 수 있는 용기,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 같은 그 모든 것. 자신이 작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마지막에 내가 너의 아이를 태운다는 독백도 굉장히 테아에게 하는 말로 들렸다.
질투심뿐만 아니라 다른 감정들도 선우헤다에 비해서 훨씬 강했는데 이런 사람이 대체 어떻게 그 6개월의 여행을 견뎠는지 넘나 안쓰러움ㅠㅠㅋㅋㅋ
4. 헤다들이 엄청 달라서 그런지 두 페어가 분위기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대사들까지 다르던데 뭔가 오늘 페어는 전형적인 헤다 가블러 같았고 지난번은 좀 독특하고 서늘한 느낌의 극이었던 기분.
나의 취향을 따지자면 선우헤다 쪽 페어인데 오늘 배우들이 지난번보다 훨씬 잘해줘서...() 오늘 배우들은 대사 좀 씹긴 해도 다 익스큐즈할 수 있을 정도더라. 합도 더 잘 맞는 거 같고. 오늘 객석도 지난번보다 훨씬 조용해서 더 집중해서 본 것 같음.
5. 헤다가 "내가 왜 행복해야 되죠?"하고 물어보는 장면은 볼 때마다 심장이 식는 기분. 그녀가 실제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물어보는 사람은 이 극 중에서 한 명도 없다. 관객들만 열심히 추측할 뿐이지. 오늘 그 대사가 거의 비명같이 다가와서 흠칫했다.
6. 뢰브보르그는 테아가 멍청하고 순진하다고 했지만 글쎄... 테아는 그와 학술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고 그녀 없이는 본인도 글을 쓰지 못했을 정도로 중요한 사람인데 그따위로 평가하는 거 들을 때마다 짜증난다.
동료를 위해 뭐든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니ㅋㅋㅋ 그냥 자기 편한대로 섹스해주는 사람이란 얘기 아닌가.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가 있지 그것도 그런 모욕적인 맥락으로ㅋㅋㅋ 너무 싫음.
본인 멋대로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헤다에게 강요하는 것도 미쳐버릴 것 같고 헤다의 안전이별을 기원합니다,,,
뢰브보르그도 그렇고 사실 이 극에 나오는 모든 남자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혐오스럽다. 그들은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전히 나에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남성들이며 그 점이 치가 떨리게 싫다.
헤다는 그 상황에서 탈출버튼을 누른 거고 나도 그런 상황이 닥치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런 식의 탈출버튼 밖에 없을 거 같아서 허망함. 마지막으로 응접실에 나와서 본인이 헤다 가블러라고 말하는 예주헤다 눈가가 젖어있었는데 그런 맥락에서 그 눈물이 너무 쓰리고 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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