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14 <거미여인의 키스> 8pm
캐스트: 이이림 문태유
1. 두 배우의 합이 정말 좋았던 공연. 역시 고정페어는 이래서 좋구나 싶더라. 아이와 어른을 오가는 태유렌틴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음. 이림몰리나도 대사톤이 정말 좋았고.
아직 공연 초반인데 이정도면 앞으로 더 기대하고 봐도 될 거 같다.
2. 내가 문태유란 배우를 오래 봐온 건 아니지만 정말 놀랄 수밖에 없던 게 내가 한 번도 기대하지 않았던,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모습이라서.
언제나 나한테 오는 이 배우의 이미지는 처음부터 본인 에너지와 서사를 고스란히 다 보여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등장하자마자 아 이 캐릭터는 이런 느낌의 캐릭터구나, 싶은. 근데 오늘 본 발렌틴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장면 속에서 잘 드러나지도 않던 캐릭터였는데 장면을 쌓아갈수록 존재감이 생기고, 어떤 캐릭터인지에 대한 실마리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정말 놀랐다.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 배우구나 싶어서 정말 매우 많이 놀라버렸음.
어떨 때는 너무나 아이 같다가 어떨 때는 책을 읽고 행동을 직접 하는 어른 같아지고 그 갭이 너무 좋아서 지켜보는 내가 천천히 스며들게 되는 느낌이었다.
3. 이림몰리나는 좀 생각이 많아지게 되더라. 전에 볼 때는 제대로 몰랐던 몰리나의 성적 지향이라든가, 영화와 몰리나의 관계성 같은 것들. 대사들도 이림몰리나를 보면서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발렌틴에게 사랑을 느꼈을 때가 참 좋은 거 같음.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받아들이고 올곧게 발렌틴을 보던 그 시선도. 몰리나도 외롭고 아픔이 많은 사람인데 그동안 자기 얘기는 얼마나 하고 살았을까 싶어서 같이 좀 울었다.
4. 전에 봤을 때 이 극을 잘 모르겠다고 느낀 건 영화랑 인물의 관계를 잘 못 잡겠어서였는데 오늘 보니 새삼 내가 얼마나 생각 없이 보고 있었나 조금 반성하게 됨ㅋㅋㅋ 좀만 생각해보면 됐는데...! 생각의 방향이 잡히니까 확실히 더 재미있는 극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생각들을 하며 볼 수 있겠지.
이 극 자체가 마지막엔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져서 몇 번 더 볼 거 같다. 간만에 재밌었음.
5. 언뜻 보면 몰리나가 먼저 발렌틴에게 손을 내민 거 같지만 먼저 자신의 원래 모습을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하는 건 발렌틴이라는 점이 재밌음.
몰리나는 자신의 얘기를 아주아주 한참 뒤에, 발렌틴이 자기의 약한 면을 다 드러내고 자기가 발렌틴을 사랑한다는 걸 인정한 뒤에나 아주 조금 한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몰리나를 생각하면 너무 외롭기도 하고.
태유렌틴이 자신의 약한 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시작하면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변하기 시작하는 이 페어의 관계가 참 좋았다.
그런 맥락에서 발렌틴이 손 좀 잡아달라고 했을 때 이림몰리나 표정이 오늘 제일 기억에 남았다. 그 손을 바라보며 망설이던, 그러나 잡을 수밖에 없던 몰리나.
6. 처음에는 이림몰리나가 좀 기계적으로 친절을 베푸는 느낌이었는데 아마 발렌틴이 자기 안에 있는 얘기를 했을 때부터 정말ㅋㅋㅋ 끌려 들어갔다고 밖엔 표현 안 되는ㅋㅋㅋ 오히려 거미여인은 태유렌틴이 아닐까 싶었곸ㅋㅋㅋ
몰리나가 아플 때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눈 마주치려 애 쓰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너한테 그렇게 대해서 미안하다 스스로가 창피하다고 진심으로 말을 하고 널 그렇게 비하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면! 누가! 안 빠지겠어! 저는 이림몰리나 너무 이해가 됩니다<
그런 와중에 태유렌틴이 집어던진 케이크조각 보고 잠시 멈춰서는 이림몰리나 너무 맴이 아프고ㅠㅠ 아휴 정말...
몰리나가 자기 만지지 말라고 한 거 기억하는 건지 섹스하고 나서도 잡아도 되는 건가 머뭇거리던 태유렌틴 너무 좋아서 우럿다... 이게 맞는 거지 그렇지ㅠㅠ
초반에 자기 자꾸 자극하지 말라고 할 때는 연필로 사람 죽일 거 같더니 갈수록 순해지는 거 완전 멍멍이 같음(?) 물론... 가끔 정말 나쁘게 굴긴 하지만...
그리고 발렌틴 몸에 있는 상처 보고 울던 이림몰리나 표정도 꽤 오래 남을 거 같다ㅠㅠ 사실 씻는다는 그 행위 자체도 되게 아무 생각 없이 여겼던 건데 너무 좋아하는 태유렌틴 보니까 막 운다 우러...
몰리나한테 먼저 메시지 전해달라고 자기가 부탁을 해놓고서는 정작 몰리나가 알려달라니까 진짜 괜찮겠냐고 손잡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 넘ㅠㅠ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거라고 얘기하는 것까지 넘 쓸데없이 스윗해서 얘가 몰리나를 사지로 몰고 있단 생각을 자꾸 까먹게 됨;;ㅋㅋㅋ
물론 그 길을 몰리나가 직접 택한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서도,,, 개인적으로 이림몰리나는 본인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음. 본인을 위해 살고 싶다던 얘기의 연장선으로...
태유렌틴 그냥 몰리나 좋아하는 멍뭉이처럼 돌아다니다가 몰리나가 떠난다고 한 뒤부터 이게 뭐지 하는 눈빛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부분들도 진짜 좋았음. 몰리나가 떠난 뒤에 그 자리들을 짚어보면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낀 건지 느끼고 있는지 그제야 뒤늦게 확실해지는 그런...
그 감정이 발렌틴에게 있어 꼭 사랑이든 아니든. 그런 주제에 그런 단단한 눈빛을 하고 몰리나한테 그런 말을 해서...!ㅋㅋㅋ
아무튼 의외로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눈물 나지는 않았는데 이런 몰리나랑 이런 발렌틴 덕분인 거 같다. 본인을 위해 선택을 한 몰리나와 이제야 자기 감정을 알고 아이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안쓰러운 발렌틴. 너무 외롭더라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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