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102 <헤다 가블러>

2017. 11. 12. 23:52 from 기타 극

171102 <헤다 가블러> 8pm

캐스트: 전선우 정신혜 박준범 심상윤 김진태 신소연 오혜수

 



1.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던 공연. 너무 기대를 안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헤다를 보는 극의 시선이 꽤 맘에 들었다. 재밌었음. 그런데 배우들이 참... 특히 남배우들이 너무... 연기가 별로여서 슬펐음.



2. 내가 헤다 가블러에서 보고 싶은 건 사실 별 거 없는데 헤다가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걸 위해 움직이는 것, 결말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 딱 이거 두 가지다. 이 대본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보기 원했던 건 그런 헤다였음

그런 면에 있어서 이 극은 나랑 정말 잘 맞는 극이었다. 헤다가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하는 대사가 존재하며 결말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뉘앙스도 분명했음

테아가 레브보르그를 바꿨단 얘기에 분노하고 질투하는 부분도 그랬고 자신이 손대는 것마다 추하게 된다고 절망하던 것도 그렇고... 마지막 장면에서 본인이 '헤다 가블러'라고 하는 것도 너무너무 좋았음. 이럴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참 즐거웠다.



3. 제일 기대했던 장면인 총 쏘는 장면ㅠㅠ 총 잡고 있는 선우헤다 표정이 너무 맘에 들었음. 겁에 질려 나가는 판사까지 해서 그 장면 연출은 참 좋았던 것 같다. 그 뒤에 맞았냐고 물어보는 것도 그렇고ㅋㅋㅋ



4. 불호였던 건 일단 마지막 장면 연출... 아버지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것도 좋았고 자기는 헤다 가블러라고 하는 것도 좋았는데 문제는 그걸 하려고 굳이 앞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다시 피아노를 치는 건 너무 부산스러운 느낌


그리고 배우들 말인데... 정말 대사 안 씹은 배우 찾는 게 더 쉬운 느낌이었고 남배우들은 누구라고 꼽을 수 없이 전부 다 서브텍스트를 당최 읽을 수가 없더라. 잘 나온 대본이 아니었으면 이해를 전혀 못하고 나왔을 듯

난 워낙 둔한 사람이라 연기 어지간히만 해도 좋다는 사람인데 내가 이럴 정도면 좀 심각한 거 아닌지,,, 


그리고 극 외의 얘기인데 관객들 웃는 포인트 때문에 너무 크리피했다. 4막 같은 부분은 헤다가 무대 위 모든 사람들에 의해 궁지에 내몰리는 장면인데 어떻게 그런 장면에서 웃을 수가 있지...? 웃긴 대사가 액면 그대로 웃긴가? 난 그 장면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 소름끼치던데

뭔가 웃을 거리가 요만큼만 던져져도 가열차게 웃어대고 극을 웃으러 보러 온 줄 알았다. 한예종 공연을 찾아서 보고 올 정도면 공연에 나름 관심 있거나 관련 종사자들 아닌가. 참 관람 태도가 그랬다.



5. 헤다가 그런 욕망을 가지게 된 건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뭔가 남기고 싶다, 내가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뭐 그런 욕망들

사랑하지도 않는 남편과 결혼해서 취미도 즐기지 못하는 와중에 아이 낳기를 은근히 강요당하고 있는 헤다의 현재는 내가 다 숨이 턱턱 막힌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봤던 사람이라 더욱

하여튼 이 극 속 남성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현실과 똑같은 방식으로 날 힘들게 해서 마지막 헤다의 선택이 타당하다고 여기게 만든다. 징그러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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