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22 <비평가> 8pm

2018. 9. 1. 16:16 from 기타 극

180822 <비평가> 8pm




1. 지난번 올라왔을 때도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는데 이번에 여배들이 한다는 걸 발견해서 바로 예매했고, 후회는 없는 관극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메시지 방향이 달라서 좀 신선하기도 했고 이 극은 여배들이 하는 것이 확실한 메리트가 되는 기분. 아쉬운 건 있지만 재밌었다.



2. 우리가 흔히 "연극적"이다고 하는 요소부터 시작해서 납작한 인물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 주제 자체는 정말 생각해볼만 하고 나도 어쩔 땐 참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비록 나는 극에서 진실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지만ㅋㅋㅋ 어쨌든 매번 공연을 보고 후기를 남기는 사람이니만큼 와 닿았다 생각함

물론 내가 볼로디아 만큼의 식견과 능력과 명성은 없지만 어떤 극을 보고 감히 좋았다 나빴다 얘기할 때마다 이 극이 떠오를 것 같음. 내 생각에만 갇혀 있고 내가 원하는 것만 요구하고 있지 않은지.



3. 그런데 내가 좀 아쉬웠던 부분은 그 주제를 꼭 납작한 여성 캐릭터로 얘기해야 했을까 하는 지점이었다. 물론 이 주제가 하고 싶은 말처럼 그런 여성들이 실존한다. 그런 캐릭터가 연극 속에 존재해도 상관없다. 문제는 무대 위엔 그 납작한 여캐들만 존재한다는 것이지. 다양한 여캐가 존재하는 와중에 그런 얘기를 했으면 얼마든지 나도 편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잖아

비약적인 얘기지만 자칫하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납작한 여캐를 그리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느낌이라 불편했다. 모든 캐릭터에 해당되는 얘기이지만, 하필. 그런 흔히 '여자와 만나본 적이 없는 남자가 썼다'고 여겨지는 캐릭터로 얘기한다는 게 개인적으론 좀. 그 캐릭터를 남캐로 바꿨어야 만족하겠냐는 얘기를 듣게 된다면 그건 또 아니지만,,, 어렵다 어려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얘기를 남배들이 얘기했으면, 그래서 '남자'들이 대화하는 것이 시각적으로 확 와 닿았다면, 중간에 뛰쳐나갔다. 남자가 여자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큼 짜증나는 게 없다.



4. 어쨌든 그 지점만 빼고선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내 취향이었다. 솔직히 시놉시스만 볼 때는 별로 고저가 없고 연극의 원론적인 얘기를 직접적으로 많이 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 반전(?)이 나온 뒤부터 정말 흥미로웠고 대사가 많은 것 치고 스토리의 전개도 빨라서 좋았네

이 작가는 대체 선생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좀 궁금하고ㅋㅋㅋ <맨끝줄 소년>을 좋아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 극이 생각나는 포인트도 있었고. 아무튼 곱씹을수록 텍스트가 좋았나 싶음.



5. 앞에서도 살짝 말했지만 이 극은 여성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게 정말 좋았음. 단순히 여성 배우들이 무대 위에 제대로 존재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이 극 자체가 그냥 여성 배우들이 하는 편이 훨씬 메리트 있는 것 같음남성 배우들이 한 것을 내가 보진 못했지만 그랬다면 좀 진부하다 여겼을 거란 생각이 확 들었다. 어쩌면 둘 관계가 그 정도로 흔한데 단순히 연기하는 배우가 여성이라는 것만으로도 집중도가 달라지나 싶었고

중간에 극중극(?) 연기할 때 스카르파 하신 신록 배우 정말 소름끼치더라. 마지막 혼자 독백할 때도 그렇고솔직히 처음엔 굳이 그렇게 숏컷하고 나올 필요 있나 싶었는데 갈수록 그런 거 하나도 안 거슬림

돌아가서 여성 배우들이 연기하고, 또 그 와중에 대사 속 성별과 상황들을 바꾸지 않은 것이 개취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게 내가 이 시점에 원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지 싶다,,,



6. 스카르파의 글 속에서는 결국 주인공이 패배를 하고 그 뒤 결말이 어떻게 되었나 얘기를 안 해주는데 그게 좀 흥미로웠다. 그 사람이 자신의 노래를 찾아 구원 받았다면 주인공과 그 스승은 어떻게 됐을까. 현실에서 스카르파와 볼로디아는. 그런 식으로 끝내서 여러가지 궁금해지더라. 주인공과 스카르파가 실패한 본인 모습을 마주하는 법을 배웠을까.



7. 스카르파가 마지막에 얘기하는 평론은 본인이 볼로디아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인 거 같아서, 볼로디아가 했어야 했던 말이라서 참 안타까웠던 거 같음. 분명한 건 그 스카르파를 만든 사람이 볼로디아라는 거. 그리고 볼로디아가 원하는 글을 빗겨간 작품을 스카르파가 계속 써낼 거라는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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