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31 <비너스 인 퍼>

2019. 8. 3. 20:52 from 기타 극

190731 <비너스 인 퍼> 8pm

캐스트: 임강희 김태한

 

 

 

1.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 극을 봐야한다... 왜 다들 안 보지?ㅋㅋㅋ 초연 때 내 기준으로 좀 많이 봤나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또 새롭게 들어오는 대사가 있고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이 있어서 너무너무 즐거웠음.

정말 이 맛에 연극을 보지 싶고 너무 행복했다. 만세 바카이!!!

 

 

2. 깡벤다는 극 내의 현실과 극중극 사이를 오갈 때 자세로 변화를 주는 게 참 좋았음. 갈수록 그 경계가 무너지면서 자세가 하나로 통일되는 것도 좋았고,,, 갈수록 이 사람이랑 얘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 같고 귀찮아하는 거 같아서 그것도 맘에 들더라ㅋㅋㅋ 다만 좀 더 대사를 잘 소화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 대사 저는 것도 그렇지만 좀 여유 없이 하는 느낌이라... 시간을 두고 보면 더 좋을 거 같아서 기대 중이다.

태한토마스는... 정말 토마스 같았다ㅋㅋㅋ 그래서 싫고 좋았음ㅋㅋㅋ 본인 얘기에 취해 있는 게 제일ㅋㅋㅋ 그렇지만 대사 정말 너무 씹어가지고 좀 몰입이 깨졌음. 그리고 개취로 이야기에 빠져있는 게 그렇게 잘 들어오질 않아서 아쉬웠네. 그래도 뭐 워낙 몇 번 본 배우니까 맘 편하게 본 거 같다.

 

 

3. 어쩜 이렇게 재미있지,,, 오늘 배우 둘 다 대사를 많이 씹어서 중간에 확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이 많았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이 대본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달았다. 올해 번역도 많이 다듬고 좀 더 명확한 단어들로 바뀌어 와서 더 좋았음. 또 올해 보니까 새롭게 들어오는 대사들도 많고.

 

특히 오늘 가장 새롭게 느껴진 게 벤다가 "그러니까 이건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네요."라고 할 때 토마스가 그걸 문학이라고 그냥 좀 넘기라고 하던 장면. 그 순간 이 극이 분명 여성혐오에 대해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뭉개지는 약자 전체의 이야기로 확대해석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음. 얼마 전에 본 영화에서 아시안 스트레오 타입을 그대로 연기하던 동양계 배우를 보며 들었던 감정이 새삼 되살이나면서ㅋㅋㅋ

이건 예술이야, 그땐 원래 그랬어 같은 식의 무비판적인 재생산을 할 거면 예술을 대체 왜 하는가,,, 흔히 작품을 볼 때 이런 거 다 따지고 보면 피곤해요! 라는 말로 넘겨버렸던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네.

 

또 하나 오늘 새롭게 짜릿했던 건 토마스가 우리 연극에서 승자는 아프로디테라고 하는 대사가 그대로 회수되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 무대를 돌아다니며 바카이 대사를 읊는 벤다를 보는 순간 느껴지는 그 감정은 정말ㅋㅋㅋ 심장 뛴다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안타까울 지경임. 이런 짜릿함 때문에 내가 이 극을 사랑하지 싶었다.

전에 지인한테 바카이 이야기를 설명해주니까 그래서 결국 바쿠스가 여자들을 이용한 거냐는 질문이 돌아온 적 있는데 이 극을 보면서는 그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4. 벤다가 극중극의 벤다로서 처음 대사를 치는 그 순간 바뀌는 공기를 참 좋아한단 생각을 했음. 배우가 별다른 제스쳐를 하지 않아도 뭔가 다른데? 하는 느낌이 올라오는 그 순간. 이 맛에 연극222

 

 

5. 위에서 말한 맥락과 비슷하지만 나를 이용해서 날 모욕하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냐는 대사에서 그렇게 둘 수밖에 없던 여성에 대한 감정이 올라와서 오늘 좀 슬펐다. 정말 이 아프로디테에게는ㅋㅋㅋ 상대하고 있는 것조차 귀찮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지. 이 극이 끝나도 토마스는 뭐 하나 변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어서 더욱... 이렇게 말해도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하지만 또 그걸 극 내에서는 이루어내니까 느껴지는 쾌감이 있는 거겠죠. 이 맛에 연극333...

 

정말 곱씹을수록 이 극은 나한테 연극 보는 재미를 돌려줬단 결론만 나와 그저 즐겁다. 내용을 차치하고서, 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게 2019년 지금 이런 내용을 무대 위에서 다루고 있다는 그 자체도 나한테는 연극의 재미이기 때문에.

 

 

6. 초연 때의 무대가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그 무대를 이 원형 극장에 어떻게 옮겨올지 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좋았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에 토마스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거...? 그게 얼마나 이상한지 본인이 좀 보고 느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무대 생긴 게 그러니 익스큐즈 할 정도는 되었다.

조명도! 바뀐 조명 분위기에 잘 맞는 거 같아서 맘에 들었음.

근데 음악은 좀... 초연 걸 그대로 쓸 줄은 몰랐네...ㅎㅎㅎ음악 좀 가끔 너무 안 어울린다 싶었는데. 그래도 뭐 나머지는 다 초연에서 살릴 거 다 살리면서 잘 바꿔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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