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18 <팬레터> 8pm
캐스트: 문성일 소정화 김종구 배두훈
1. 왜 좋은지 잘 모르겠는데 너무 좋았다. 주요 캐릭터 셋이 다 취향이었고 1막부터 울먹거리다가 2막 중반부터 계속 울었네... 이런 이야기 되게 흔하고 연출도 별로인데 이렇게까지 좋게 보고 나올 일인가 좀 신기하다. 잘 봤다.
2. 핫세훈 너무나도 내 취향이었다.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나조차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히카루에게 말하는 그 말투랑 표정에 많이 울었음. 자기가 만들어냈는데 자기가 갖지 못한 걸 가지고 있는 허상에게 문득문득 드러내는 열등감, 질투. 전형적인 문학소년일 거 같던 아이한테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그런 것들이 너무... 너무 좋네... 근데 노래가ㅎ 이하생략합니다.
3. 쏘카루! 약간 쏘배우한테서 이런 느낌의 역할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예뻤다ㅠㅠ 1막 의상 입은 쏘카루 너무 내 여자각이네...< 탐미적이고 강하고. 핫세훈처럼 얌전한 아이가 이런 허상을 만든 게 참 매력적임.
사실 이런 여캐가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거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4. 윱해진은ㅋㅋㅋ 사실 해진이가 이 극에서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일 장면이 별로 없는 거 같은데 그럼에도 세훈이가 이 사람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정하고 히카루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윱은 이런 외로움이 깔린 캐릭터를 너무 잘 살리는 거 같음.
5. 연출에 대한 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연출 때문에 몰입이 방해되기 때문이다ㅎ
무대는 정말 그게 다인 건지 앉자마자 설마 했는데 정말 그게 다였다. 벽 뒤에 뭔가 그림자 같은 게 어른거리길래 설마 저기서 그림자로 뭘 하진 않겠지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그랬다. 조명은 무슨 여기가 성당도 아니고 왜 그런 색색의 조명이며 원고지 모양 조명은 너무 남발되고 그렇게까지 예쁘지도 않음.
총체적으로 이게 정녕 최선인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이다.
그래도 탱 믿고 보는 연출 중 한 명이었는데 작년부터 뭔가 어라 싶더니 이거 보고 완전 신뢰도가 바닥을 치게 생김.
중간중간 안무 들어간 건 좋았는데... 예...
특히 난 그림자 이용하는 거 너무 깼던 겤ㅋㅋㅋ 그 히카루랑 둘이 손잡고 걸어가는 그림자에서 윱이 너무 키가 큰 바람에 한 칸 지나갈 때마다 고개 숙이는 게 적나라하게 보여섴ㅋㅋㅋ 울고 있다가 현웃터질뻔ㅋㅋㅋ 그렇게 무대가 나눠져 있는 것도 사실 왜 꼭 그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듦ㅋㅋㅋ
암튼 참... 많이 아쉽고 실망했다.
6. 넘버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조금 나한테는 애매. 가사는 진짜 좋았음.
7. 처음부터 핫세훈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는 그 표정이 좋더라. 핫 표정 너무 사랑하지... 까칠하게 굴던 현재랑 과거 처음 등장했을 때의 어리숙한 소년ㅠㅠ 근데 현재의 모습도 꾸미고 있단 느낌이 들어서 더 안쓰러움ㅠㅠ 큰 소리 나니까 펄쩍 뛰는 모습도 그렇고 아유 증말 핫 예민미 너무 취향이야ㅠㅠ
쏘카루랑 같이 고개 갸웃거리는 거 둘다 귀여워가지고 환장함.
윱해진을 처음 봤을 때의 반짝반짝한 핫세훈 정말 소년 같고 흐엉엉ㅠㅠ 그러다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니깤ㅋㅋㅋ "사랑하는 사이라고?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까진 아니었잖아." 하면서 얼척없어 하는 거 너무 귀여웠닼ㅋㅋㅋ 자긴 그냥 존경하는 마음으로 쓴 건데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진심으로 사랑한단 얘기를 들으니까 복잡해하는 그 표정이ㅠㅠ
손 치료해주는 윱해진을 쳐다보다가 머리 쓰다듬어주는 것에 놀라는 것까지 쭉 이 아이한테 어떻게 사랑이 스며드나 눈에 보이는 기분.
히카루와 함께 춤을 추며 그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난 좋았다. 근데 이럴 거면 초반에 히카루를 그렇게 대놓고 드러내는 게 좀 애매하지 않냐ㅎ 차라리 처음엔 형태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
히카루에 대해 좋게 말할 때마다 어리둥절하면서도 신나하는 핫세훈 표정 넘나 러블리ㅠㅠ
그녀는 사랑받는 사람이었다고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핫세훈은 사랑받지 못해서 소심해진 아이 같다. 그래서 해진이가 자기(히카루)를 사랑해주니까 그게 마냥 좋았던 듯. 그러다 가면 갈수록 히카루가 해진의 손을 채가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는데 그런 변해가는 감정이!!ㅠㅠ
히카루가 "난 그런 성격이 아냐." 였나 암튼 그럴 수 없다고 하니까 상황을 잠시 잊고 되묻는 것부터 뭔가 이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던 거 같다. 그래도 당장의 달콤함에 다 덮어두고 히카루에게 계속 펜을 넘긴 거 아닐까. 그러다 해진을 보는 본인의 마음이 커져서 이젠 히카루가 아닌 자신을 봐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변한 거고.
8. 사실 난 팬레터가 히카루의 정체를 뭘로 잡고 있는지 잘 모르겠음. 히카루는 허상일까 아님 세훈의 다른 인격일까...? 세훈에게 종종 하는 말이나 투서를 쓴 것을 세훈이 기억을 못하는 걸 보면 인격 같기는 한데 그렇다기엔 세훈이 처음부터 끝까지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허상이니까. 아예 그게 인격으로 변해버린 걸까.
이게 그렇게까지 이 극에서 중요하냐 하면 아닐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2막에서 히카루가 세훈에게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할 때 잠깐 읭 했기 때문이다. 그냥 세훈의 욕망이 담긴 허상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인 거 같아서.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걸까.
뭐 아무튼 히카루 2막 의상 사랑이야!ㅋㅋㅋ 근데 왜 굳이 그런 빨갛고 흔히 말하는 관능적인 의상을 입힌 걸까 좀 궁금.
글 쓰는 해진을 보며 즐거워하는 쏘카루도 히카루를 홀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윱해진도 너무 좋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윱해진을 쳐다보다가도 그의 글을 보며 행복해하는 핫세훈까지 싹 다 취향이라 괴로웠다. 꺄르륵 웃는 쏘카루 정말ㅋㅋㅋ
윱해진은 세훈이 히카루라는 걸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적어도 그 방으로 올 때부터 알고 있지 않았을까. 세훈이 아무리 잘 꾸며댔다 해도 결국 애고 핫세훈이 그렇게 거짓말을 잘 하는 아이도 아니었는데 티가 안 날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함. 그래서 "히카루가,"하고서 잠깐 사이를 두고 "그 여자가" 라고 대사 이어가는 게 너무너무 좋았음. 이미 알고 있다는 티가 확 나더란.
해진이도 참 비겁한 사람이다ㅎ 그런 것들을 전부 덮어두고 넘어갔기에 마지막에 "내가 그렇게 기회를 줬는데" 였나 뭐 그런 말을 하면서 세훈을 원망했겠지ㅎ 누가 더 잔인한 건지 모를 일.
핫세훈은 정말 해진을 사랑하게 돼서 히카루를 죽여버린 거 같아가지고 더 맴이 아프다ㅠㅠ 당신을 위해 날 죽였다는 말을 할 때 참 와 닿더란.
쏘카루가 "불쌍한 것. 너 지금 뭘 선택한 거니?" 하고 물어보는 게 너무 무섭고 슬퍼서 보다가 대오열쇼 함. 히카루 없이는 사랑받지 못할 거란 세훈의 생각이 이렇게 나타날 수도 있구나 싶음. 나 같으면 정말 끝까지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 용기 있는 아이임.
그래서 마지막에 히카루가 세훈에게로 돌아와 안겼을 때 소리내서 울지 않으려고 끅끅거리면서 울었는뎈ㅋㅋㅋ 세훈이란 아이가 내 눈엔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9. 아 사실 제일 좋았던 건 뭔가 나에게 가르치려드는 게 없던 거...? 시류에 상관없이 순수문학을 추구한다며 예술가 티를 팍팍 내다가 스캔들을 붙잡고 사는 문인들을 썩 긍정적으로 그리지도 않았는데 그럼에도 가르치려는 뉘앙스는 1도 없었다.
곤투 돌다가 이런 걸 보니 너무 기분이 좋고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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